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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고 박일배 목사님을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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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소망
– 고 박일배 목사님을 추모하며 –

인간에게 주어진 생명은 임의로 할 수 없습니다. 탄생의 신비함은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탄생은 반드시 그 목적이 있습니다. 스스로 태어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그 생명을 탄생케 하신 거룩한 목적이 있는 것입니다. 생명은 이 땅에서 시한부적인 존재입니다. 누구나 죽음을 맞이해야 합니다. 인간의 임의로 생명을 지속할 수 없습니다. 생명은 온전한 하나님의 주권이기 때문입니다. 죽음은 인생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생의 시작입니다. 탄생의 최종목적은 천국의 삶을 준비케 하기 위함입니다. 그 거룩한 삶의 시작은 죽음의 관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누구나 죽음 앞에 겸허해야 하는 이유는 죽음이 삶의 최종 확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죽음은 슬픔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단절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12월 15일 수요일 오전 7시경 St. Geoge 병원에서 “주님과 동행하는 교회”를 개척하여 시무하셨던 박일배 목사님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소천 하셨습니다. 그의 소천 소식을 듣고 재영한인교회연합회 소속된 목회자들이 한 마음으로 달려와 엄숙함과 한 마음으로 고인에 대한 예의를 갖추었습니다. 누구도 그 죽음에 대해 해석할 수 없으며 유가족들이 당한 슬픔과 충격을 위로할 수 없기에 하나님의 집적적인 어루만지심이 있기만을 마음 모아 위해서 함께 기도하였습니다. 재영한인교회연합회는 박일배 목사님의 장례일정을 연합회 장으로 하기로 한 마음으로 결의하고 매일 저녁 8시 가족 위로 예배를 드림과 동시에 장례에 필요한 모든 것을 아끼지 아니하고 후원하기로 결안 하였습니다. 박목사님의 천국행을 환영하기라도 한 듯 온 세상은 하얗고 순결하고 성스럽게 느껴지도록 눈으로 덮어 주셨습니다. 그의 죽음은 슬픔이지만 모든 사람들의 천국의 소망과 부활을 꿈꾸는 거룩한 예배가 되었습니다.

조시 弔詩

사랑하는 목사님,
당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존칭은 역시 목사님입니다.

사랑하는 목사님,
당신이 계신 그곳은 따뜻한가요, 행복한가요, 시기심이나 질투가 없어 평온한가요,
기쁨만 존재하는가요, 마음과 마음이 서로 통하여 외롭지 않은가요.

사랑하는 목사님,
당신의 죽음 앞에 감당할 수 없는 슬픔과 충격이 눈물을 마르게 하였음을 당신은 아시나요. 당신만이 이미 경험하신 천국으로의 소천을 육신을 입고 있는 어리석은 자들은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됨을 당신은 아시나요. 천국으로의 환송식이라 불리는 장례식을 집례하기 위해 당신의 동역자들이 당신이 이 땅에서 50년간 입고 계셨던 영혼의 껍질인 시신에 대해 의논할 때 당신의 사랑하는 아내는 <이 추운 겨울에 어떻게 땅에다 매장할 수 있느냐>며 통곡했던 사실을 당신은 아시나요.

사랑하는 목사님,
죽음은 끝이 아님을 알고 있지만 그 죽음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당신은 알고 있나요. 목사님은 이 땅을 떠나 주님과 영원한 동행을 하시기에 행복할 수 있지만 당신의 그 행복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큰 충격과 아픔, 슬픔인지를 당신은 아시나요. 당신이 소천 하기 2주일 전에 쓴 당신의 글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더군요. <조금 일찍 아내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고민하며 카탈로그를 뒤적이고 있을 때 내 등 뒤에서 목도리를 감듯 아내가 두 팔로 내 목을 감싸 안으며 속삭였다. “올해는 당신이 내 선물이야.”> 그 선물에 대한 약속을 어떻게, 무엇으로 당신의 사랑하는 아내에게 갚아 주실 것인지 당신은 알고 계신가요.

사랑하는 목사님,
언젠가 클럽에서 가볍게 인사할 때 행복하시죠? 라고 인사를 건넸을 때 <요즘 행복할 게 뭐 있나요> 라고 하시면서 <외롭다> 하셨는데 당신은 이 땅의 외로움을 벗어나 영원한 행복을 향해 떠나셨음이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마음을 헤집는 슬픔과 좌절, 뼈를 깎고 피를 마르게 하는 고통이 됨을 당신을 알고 있나요. 당신의 죽음을 마음에 담을 수 없어서 영안실의 문을 박차고 허허벌판으로 달려 나갈 수밖에 없었던 당신의 형상 우림이의 생을 짓누르는 그 슬픔을 당신은 알고 계신가요.

사라하는 목사님,
당신의 서두른 죽음을 통하여 우리는 새롭게 거듭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영국이라는 이방의 낯선 나라에서 뿌리를 내리기 위해 서로를 시기하기도 하였고, 서로를 질투하기도 하였고 서로가 서로를 험담하기도 하였지만 그것이 부질없음을 한 마음으로 회개하게 합니다. 하나님의 부름심이 있는 날 그렇게 목청 높이 외쳤던 일들, 그렇게 숨이 가프도록 달려왔던 모든 몸부림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사실 앞에 우리 모두 겸허하게 남은 생의 여정을 돌아보게 합니다.

사랑하는 목사님,
우리는 함께 소망의 끈을 붙잡습니다. 최후의 그 날에 당신과 우리가 모두 부활의 영광에 참예할 것을, 그러하기에 지금 당한 잠시 잠간의 슬픔을 삼키며 거룩한 부활을 준비하기 위해 서로를 사랑하며, 부족한 것이 있다면 감싸 안으며,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며 배려하는 삶을 살기로 당신의 죽음을 통하여 거룩한 다짐을 하게 합니다. 인생은 고통의 삶을 넘어 사명의 삶을 살아야 함을, 죽음의 슬픔을 넘어 부활의 영광을 당신의 죽음을 통하여 바라보게 합니다.

사랑하는 목사님,
천국에서 주님과 행복한 동행을 하고 계십시오.
우리가 그 천국에서 만날 때 더 영화로운 만남이기를 함께 소망합니다.
마지막 날 영화로운 부활을 꿈꾸며 주님 품안에서 평안히 안식하소서!…….

우리 영혼의 벗
사랑하는 박일배 목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