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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홍씨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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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씨 아저씨

홍씨 아저씨 집은 당산나무 옆에 있었다. 대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작은 초가집, 그 집 대나무 숲 가운데는 마을에서 가장 큰 팽나무가 있었다. 아이들은 무서워서 홍씨 집 대나무 숲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어른들이 우리 몸집만한 구렁이가 산다고 했기 때문이다. 홍씨 아저씨 울타리 주변에는 감나무, 밤나무 등 과일 나무가 많았다. 아저씨는 술하고 나무를 좋아했다

과일 서리를 할 때는 늘 홍씨 아저씨 집으로 갔다. 잡혀도 때리지 않고 고래고래 소리만 지르고 서리한 과일을 다 주면서 용서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홍씨 아저씨를 술고래 아저씨라고 불렀다. 늘 술에 취해 당산 나무 밑에 아니면 마을 회관 마루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노래를 부르다가 그 자리에서 잠을 자기 때문이다. 동네 사람들은 홍씨 아저씨를 싫어하고 무시했다. 늘 술 만 먹고 가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홍 씨 아저씨가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밑에 마을에 있는 연동교회에 다녔다. 교회에 부흥회가 열리면 홍씨 아저씨를 꼭 전도하고 싶었는데 나는 너무 어려서 전도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어느 날, 홍씨 아저씨 부인이 헐레벌떡 교회로 달려와서 홍씨 아저씨가 곧 죽게 되었다고 전도사님에게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나는 전도사님을 따라 홍씨 아저씨 집으로 갔다. 전기불도 없고  방은 어둡고 냄새가 났다. 아저씨는 누워서 다 죽어 가는 모습이었고 허리 밑 하반신이 마비가 되어있었다.

전도사님은 홍씨 아저씨 다리를 주무르면서 기도 하셨다. 그리고는 두 가지만 하면 나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하나는 예수를 믿어야 하고, 또 하나는 술을 먹지 말아야 살수 있다고 했다. 그때부터 전도사님은 매일 자전거를 타고 홍씨 아저씨 집에 가서 예배를 드리며 기도해 주고 주물러 주었다. 다음에 알았지만 홍씨 아저씨는 가난해서 병원에 갈 돈이 없었다고 했다. 한 달쯤 되었을까 홍씨 아저씨는 지팡이를 짚고 걸어 다녔다. 나는 하나님이 정말 살아 계신 것을 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홍씨 아저씨는 술도 마시지 않고 교회를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네 사람들은 여전히 홍씨 아저씨를 욕했다. 가난뱅이가 돈 벌 생각은 안하고 교회에 다닌다고…….

얼마 전에 연동교회에 갔었다.
30년 전의 홍씨 아저씨는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 집사님이 되어있었다.  연동교회 출신 목회자는 나 하나밖에 없다고 목사님! 목사님! 하면서 어찌나 반갑게 맞아 주시던지 하마터면 왈칵 눈물을 흘릴 뻔했다. 자녀들은 서울 가서 성공해서 잘 산다고 자랑하더니 자신도 하나님의 은혜로 먹고 살만 하다고 한참을 자랑하셨다.

연동교회는 홍씨 아저씨가 심어 놓은 나무들로 숲을 이루고 있었다. 그 중에 내가 어릴 적에 심은 등나무는 교회당 마당에 그늘을 만들었고 은행나무는 꽤 큰 고목나무가 되어 있었다. 홍씨 아저씨 집 팽나무처럼 홍씨 아저씨는 내 모교를 지키는 고목나무로 계셨다.

런던좋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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