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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일상에서의 묵상 – 박심원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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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제 마음에 떠오르는 그림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산과 계곡 그리고 바다입니다. 눈을 감으면 그 그림이 떠올랐습니다. 하늘에 닿아 있는 산, 그 위에 나무들은 세찬 바람을 견디기 위해서 일정한 방향으로 굽었거나, 누워있는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인간의 삶에는 바람이 불도록 되어 있습니다. 바람 앞에 정면으로 도전하게 되면 부러지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바람이 심하게 부는 정상에서는 나무들이 일정한 모습을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어찌 보면 인간사와 너무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 실패한 사람들의 공통점과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산출해 낼 수 있게 됩니다. 실패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과 반대입니다. 사람이 나빠서가 아닙니다. 자질이 못나서도 아닙니다. 단지 바람 앞에 대응하는 삶의 태도 때문에 성공과 실패가 갈리게 되는 것입니다.

인생을 산다는 것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습니다. 산을 통하여 인생에 숨겨진 비밀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나 인생은 산 위에만 머물 수 없게 됩니다. 산을 오른 것은 산을 다시 내려와 그 깨달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입니다. 산위에 살고 있는 나무들의 생명을 잇게 해 주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물입니다. 정상에서의 모든 물은 아래를 향하여 흐릅니다. 그래서 산골짜기 마다 계곡이 있는 것이고 그 계곡의 물은 흘러 바다로 연결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번에 방문한 산은 WatersMeet입니다. Lynmouth에 위치해 있습니다. 한 번에 오르기 힘든 산이 있고, 계곡과 흘러내리는 냇물과 바다로 연결되는 곳입니다. 다윗이 습관을 따라 기도하는 방편 중 하나는 산에서의 기도였습니다. 사울에게 쫓기는 삶을 살면서 산에서 작은 굴을 찾아내어 은신하면서 기도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시편 121편에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나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까 나의 도움은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로다.”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산은 신비로운 곳입니다. 사람들은 산을 통하여 그 산을 지으신 하나님을 경배하기 보다는 산 자체를 경배해 왔습니다. 산에서 제를 올리게 되고 신비로운 나무 앞에서 빌기도 합니다. 영국에는 그렇게 높은 산이 없습니다. 한국은 산으로 둘려 있습니다. 국토의 70%가 산입니다. 높은 산, 깊은 산에 가면 그 산에 압도당합니다. 어떤 소리가 들려오기도 합니다. 작은 새 한 마리 지저귀는 소리도 공명이 되어 크게 들려옵니다. 산을 오르는 인간이 작아짐을 느낍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산 정상이든, 골짜기든 산의 위엄 앞에 경배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산은 산일뿐입니다. 그 산을 지으신 하나님이 계심을 느낄 수 없다면 오히려 산을 오름은 자기 인생에 도움이 되질 않게 됩니다. 풀 한 포기, 나무 한그루, 바위의 생김새를 보면서 하나님의 위대함을 느끼며 그분을 찬양해야 합니다. 산마다 나무의 모양이 다릅니다. 신기할 정도입니다. 이는 마치 어느 집을 방문하게 되면 그 집안에 문화가 있고, 그 문화에 아이들이 길들여져서 생김새도 비슷하고, 언어도 비슷하고, 행동하는 것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산책길에서 만나는 공원에서도 나무들의 특징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같은 나무인데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나무들도 그렇게 다른데 사람이 어찌 같을 수 있겠는가? 스스로 반문하게 됩니다. 잘생긴 나무, 못생긴 나무, 각각의 특징이 산책 기도할 때면 그들과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물론 나무와 대화를 나눌 수 없습니다. 제 표현법입니다. 나무에게 물으면 나무가 대답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 스스로가 묻고 답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마음에 담겨진 것이 있습니다. 그 담겨짐이 행복이 되기도 하고 자신을 병들게도 합니다. 무엇이 담겨있는가 보다는 그 담은 사람의 마음 상태에 따라서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합니다. 인생은 모든 것이 몸에 기록되어집니다. 당시에는 잊고 있는 것 같지만 어떤 일을 만나게 되면 그 일을 망각했을지라도 몸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 기록되어짐이 좋은 것일 수 있고 자신을 파괴하는 악의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마음에 담겨진 것, 몸에 기록되어진 것을 거룩함으로 표출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게 있어서의 표출은 산행기도, 산책기도를 통한 묵상의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현대인들의 삶은 바빠서 이러한 한가로운 시간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바빠서도 그러하겠지만 마음이 허용이 되질 않습니다. 산책을 하는 사람들은 마치 할 일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기 때문일 수 있으며 뭔가 하지 않으면 손해 본다는 바쁜 일정에 찌든 생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산책기도를 통하여 주님과 교통하고 산행기도를 통하여 하나님의 오묘한 섭리를 들을 수 있고, 깨달을 수 있는 것은 제 인생에 있어서 소중한 일과 중 하나입니다.

제 마음에 그려진 그림 산과 계곡과 바다, 하나님의 지으심, 하나님의 섭리, 그 섭리 속에 한 인간의 몸부림이 그림과 같이 그려졌습니다. 다윗이 산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그 이상으로 오늘 내 인생 역시 이름도 잘 알지 못하는 깊은 산속에서 하나님이 나를 기다리고 계셨음을 느끼게 됩니다. 시리도록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고 내 안의 더러움을 흘러 바다로 보냅니다. 그 산, 그 계곡, 그 바다를 마음에 담아 목양에 필요한 약을 만들어 냅니다.

박심원 목사
예수마을커뮤니티교회 담임
KCA 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