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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버지의 밭, 어머니와 고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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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밭

난 아버지가 쌓아 놓은 돌무더기 위에 앉아 있었다.
아버지는 자갈밭을 한 바퀴 돌더니
한 소쿠리 돌맹이들을 내 곁에 우르르 쏟아 붙는다.

밀짚모자 밑에 감춰진 아버지의 주름은
이제 흉해 보인다.
내가 친구들에게 자랑했던
사진 속의 아버지는
하사관 계급장이 붙은 모자를 쓰고 계셨다.
그때는 참 잘생기셨는데

아버지의 밭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돌밭이다.
  

어머니와 고사리

오늘처럼 비가 온 뒷날이면
어머니는 주먹밥을 허리춤에 메고
아침 일찍 백이산에 오르셨다.

비 온 뒷날 아침 일찍 나가야 고사리가 잘 보인다고 했다.
해가 진 광산 꼭대기에 닿을 때쯤
어머니는 걸망에 고사리를 가득 채워서 돌아 오셨다.

어머니는 고사리를 삶아 망석 위에 널어놓으시고
5일장  장터에 나가 준치를 사 들고 오셨다.
뒷날 일곱 식구 아침 식탁은 준치 고사리 조림으로 행복했었다.

해마다 봄이면 어김없는 우리 집 풍경이다.
아마 이번 봄에도 그 주름진 얼굴로 백이산을 힘겹게 오르셨을 것이다.

오늘 아침
고사리 준치 조림을 해 놓고 외국 나간 아들을 들먹이며
무거운 숟가락질을 하고 계실지 모른다.

바쁘다는 핑계로 어머니 옆에 하루 밤도 못 자고
대문 앞에 서서 더 훌륭한 사람 되어 돌아올게요.
인사하고 돌아설 때
“가끔이라도 너희들 살아가는 모습보고 사는 게 내 마지막 꿈 이였는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그 주름진 얼굴위로 흐르는
늙은 어머니의 눈물을 난 무엇으로 보상할까?

내 일을 위해 마지막 어머니의 꿈마저 빼앗아 버린 것이다.

두렵다.
난 이곳이 좋은데 너무 늦은 시간에 귀가했을 때
치매라도 걸려 그토록 보고 싶은 아들도 알아보지 못한다면
그 큰 죄스러움을 어떻게 애통할까?

오늘 아침 메뉴는 고사리 준치 조림이였으면 좋겠다.

(어버이날 아침  영국 Ashburnham 숲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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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임목사 임원택(cgs006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