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視線) 권력과 코람데오의 삶
영국에서 10여년 넘게 살다가 간간히 한국을 방문하면 한국과 영국의 생활방식이 확연히 다르다는 느낌을 가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자신과 남을 비교하며 끝없는 경쟁의식을 갖고 또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사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물론 여기에는 급격한 산업화로 인한 경쟁심화와 높은 인구밀도에 따른 적자생존의 원리가 삶 깊숙이 파고든 원인일 수 있습니다. 특히 남의 시선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의식은 개인의 행복 도를 현저하게 떨어뜨립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 지나치게 신경 쓰는 사람은 자존감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으며, 남의 기준을 충족시키려다보면 정작 자신의 행복한 삶을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10여 년 전 영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가족과 함께 isle of wight 섬에 여행을 간적이 있습니다. 여행을 가게 되면 주로 유스호스텔을 이용하곤 하는데 가격이 저렴한 것도 장점이지만 Self Catering을 할 수 있는 주방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유스호스텔에 도착한 후 체크인을 하고 저녁 메뉴로 얼큰한 김치찌개를 끓여 맛있게 저녁을 먹었지만 안타깝게도 아내는 유스호스텔에 온 외부 사람들이 김치냄새를 어떻게 생각할까 신경 쓰고 의식하느라 소화불량에 걸려 여행기간 동안 고생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 시작하면 본인도 모르게 강한 시선의 포로가 되기 쉽습니다. 상명대 명예교수인 박정자씨가 쓴 저서 가운데 『시선(視線)은 권력이다』는 제목의 책이 있습니다. 그분의 글에 의하면 “시선은 타자성이다. 타인의 시선 앞에서 얼어붙은 듯 꼼짝 못하게 된다는 것은 타인과 나 사이에 지배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선은 권력의 관계이다. 타인이 우리에게 권력을 행사하고 우리를 수치스럽게 만드는 것은 모두 시선을 통해서이다”고 말합니다.
이미 한국 사회는 시선(視線) 권력이 강하게 요동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더 아름답고 멋지게 보이기 위해 성형수술을 주저하지 않고, 명품으로 치장해야 제대로 된 사람대접을 받을 것 같고, 심지어는 남의 눈 때문에 괴로워하다 자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국인의 DNA를 고스란히 갖고 있는 영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이라고 그렇게 남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위치가 다른 사람들에게 더 많이 들어날수록 강한 시선(視線) 권력에 휘둘리고 있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황상민 교수(연세대 심리학과)가 쓴 『한국인의 심리코드』에 의하면 “한국인은 무엇을 하더라도 나의 만족감을 위해 그것을 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또 남이 나를 번듯하게 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다. ‘멋진 사람’으로 ‘번듯하게’ 보이기 위해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끊임없이 남과 자신을 비교하려는 행동’은 자신의 정체성이 혼란스럽기 때문에 나타난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의 시선(視線) 권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바른 신앙의 정체성을 가져야 합니다. 바른 신앙의 정체성은 종교개혁 주창자들이 슬로건으로 내세웠던 ‘코람데오(Coram Deo)’ 신앙의 회복입니다. 코람데오는 라틴어로 ’하나님 앞에서(Before God)’ 입니다. 이 말은 부패가 극에 달했던 16세기 중세 시대에 종교개혁가들이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하나님의 권위아래서, 하나님 안에서,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사는 삶의 방식을 요약했던 말입니다. 아울러 이 말은 동시대 개신교(Protestant)를 탄생시킨 마틴 루터를 비롯한 종교개혁가들이 내세웠던 Sola Scriptura(오직 말씀으로만), Sola Fide(오직 믿음으로만), Sola Gratia(오직 은혜로만), Solus Christus(오직 그리스도), Soli Deo Gloria(오직 하나님께 영광) 라는 다섯 가지 슬로건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성경 인물 중 시선(視線) 권력을 극복하고 ‘코람데오(Coram Deo)’ 신앙으로 승리한 사람이 바로 ‘요셉’입니다. 요셉은 매혹적인 시위대장 보디발의 아내의 끈질긴 유혹에도 시선을 하나님께 두었습니다. “그런즉 내가 어찌 이 큰 악을 행하여 하나님께 죄를 지으리이까”(창 38:9). 요셉은 유혹하는 보디발의 아내가 보인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서 있다는 ‘코람데오(Coram Deo)’의 신앙고백과 함께 하나님의 시선을 바라본 것입니다.
하나님은 오늘도 하나님의 사람을 찾아 하나님의 영광스런 일들을 맡기시길 원하십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겉모습과 치장한 모습이 아닌 마음의 중심을 보십니다.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니라(삼상 16:7).” 하나님은 특별히 H.I.G.H.의 기준을 가지고 사람을 찾으십니다.
Holiness (거룩): 죄에 대해 민감하며 회개하는 심령을 가지고 있는가?
Integrity (정직): 작은 일에도 성실하며 정직함을 보이는가?
Gratitude (감사): 부족함의 현실 가운데에서도 감사하는가?
Humility (겸손): 섬김을 받는 자인가? 아니면 섬기는 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