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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사막의 영성- 모로코 사막 체험을 중심으로 – 유재현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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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6.10(유재연 선교사)
북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10여년 세월을 사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 중에 하나는, 선교 사역을 제외하고, 사하라 사막을 다녀온 경험입니다. 교회사 시간에 배웠던 사막 수도사들의 영성, 곧 사막의 영성이 궁금했고, 한국에선 경험할 수 없는 광대한 사하라 사막에 대한 호기심도 작용을 했을 것이다.  우리 가족이 처음 사하라 사막을 찾았던 때는 2월 말경이었다. 그때는 우기여서 야생화들이 들에 만발하기 시작했지만, 사막의 밤 기온은 무척 쌀쌀하고 춥게 느껴졌다. 우리가 살던 수도에서 하루 온 종일 차를 달려 저녁 어둠이 깔리기 시작할 즈음에 사막에 도착해서 여관을 찾아 들어갔다. 밤에 도착했기 때문에 사막의 웅장하고 장엄한 광경은 아침에나 볼 수 있었다.
난생 처음으로 대하는 광활한 사하라 사막이 시야에 들어온 순간 우리는 탄성을 질렀고 그 동안 우리가 살아왔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광경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어떤 경외감과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사막을 여행하기 전에 사막을 다녀온 경험자들의 전설 같은 많은 무용담들을 들어온 터라 알 수 없는 신비감과 신선함이 밀려왔다. 낙타를 타고 사막 깊은 곳 오아시스 지대로 향하면서 사막의 언덕들과 바람에 이리저리 쓸려 생겨난, 닿으면 베일 것 같이 예리한 아름다운 사막의 선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 넓은 사막에도 오아시스가 있다는 게 신기했다. 샘이 있어 물이 흐르고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십계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출애굽 하는 이스라엘 백성들로 되돌아간 느낌이 들 정도였다.  
모래 그리고 모래, 끝없이 펼쳐지는 모래들의 연속은 마치 넓은 바다에 떠있는 배에서 바라보는 물밖에 보이지 않는 광경처럼 또 다른 인간의 한없이 미약한 존재에 대하여 깊은 생각에 빠지게 했다. 생명체라곤 살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무한한 두려움 그리고 창조자 하나님을 바라보게 만드는 신비로운 창조 세계의 질서들이 가슴 시리도록 파고드는 사막의 시간들은 그렇게 흘러갔다. 텐트에 누워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노라면 그 어떤 말로도 형용키 어려운 감성이 폭발한다. 아름답다고 말하기엔 너무 부족한 표현이 될 것이다. 아마도 시인들은 이 사막에서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하늘의 영감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출애굽기 15:22-18장 까지를 살펴보면 출애굽 역사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끝없는 절망과 상실 좌절을 경험케 했던 사막들이 등장한다. 본문에서 광야로 번역된 단어를 사막으로 읽는다면, 수르 사막 (15장), 신 사막(16장), 르비딤 사막(17장), 그리고 시내 사막(18장)이 나온다.  수르 사막의 마라의 쓴 물에서 기대가 무너지고, 신 사막에서 양식이 떨어져 경제 문제로 좌절하고, 르비딤 사막에서 마실 물이 없어 인생이 건조해지고, 르비딤 사막에서 방해하는 원수들로 어려움을 겪게 되고, 더하여 지도자의 문제로 갈등과 고통에 빠지는 백성들의 영적 현실을 목격하면서 우리 구원받은 백성들도 사막 학교를 가장 소중한 영성 훈련장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확신한다.
사막은 물로 세례 받은 자들의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는 곳이다. 세례를 통하여 주님과 함께 물속에서 죽고 다시 부활하는 체험을 사막에서 가상 현실이 아닌 실제 삶의 현실로 다시 확인하는 것이다. 끝없이 이어졌던 백성들의 불평 불만 원망 저주 탐욕으로 그들은 사막에서 묻혀야 했다. 사막을 인생의 무덤으로 끝내고 말 것인지 아닌지는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죽기로 결단하면 살 것이고 살기로 결단하면 결국 죽고 마는 게 성경에서 가르치는 진리이다.  오늘도 우리는 인생의 사막에서 수 없이 많은 삶과 죽음의 순간들을 경험한다.
사막은 정말 인생의 의미를 깊이 되새김질 하게 만드는 곳이다. 개인적으로 사하라 사막을 여러 번 다녀왔다. 사막을 갈 때마다 색다른 경험들과 영감들을 얻고 돌아온다. 사막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때마다 계절마다 다른 모습 다른 색깔 다른 영감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사막의 영성 사막의 소리를 듣기 위해선 사막에 가봐야 한다. 신문이나 책에 실린 여행담으로 읽는 사막은 맛이 나지 않는다. 그렇게 해선 사막을 안다고 말할 수도 없다. 신약의 세계와 예수님의 삶을 더 깊이 체험하기 위해 성지 순례를 가는 것처럼, 구약과 출애굽기 광야 사막을 더 깊이 이해하고 사막에서 하나님을 직면했던 모세처럼 하나님과 독대하여 그분의 음성을 듣기 원한다면 사막을 가보는 것은 정말 멋진 투자요 겸손한 배움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올 10월 하나님의 사람들과 함께 다시 사하라 사막을 찾게 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많은 환상과 기대감으로 마음이 분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