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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목회 현장 < 선교지 영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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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의 전도와 목회 생활을 통해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은혜를 부담없이 나누고 싶다.
크지 않는 교회이지만 크고 작은 일들로 재미와 감격이 넘침에 살아계신 하나님
께 감사와 영광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주여! 이 산지를 내게 주시옵소서…하나님께서 나에게 선교지로 주신 영국 땅, 이 땅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이 나의 전도 대상이다. 토요일 오후 시간을 이용하여 우리 교회가 위치한 Tolworth 지역에서 아내와 함께 전도를 시작했다. Broad Way 주변을 돌아 전도할 장소를 물색해보면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를 찾아보았지만 쉽지않았다. 대략 두 시간을 전도하면서 걷다가 주변의 벤치에 잠깐 앉아 쉬자는 아내의 권고로 함께 자리에 앉았다.

조금 후 백인여자 분이 한 손에는 맥주 캔을, 다른 손에는 담배를 손가락에 끼우고, 우리 앞을 지나가면서 “Be careful about Polish… “  ….church…” 라고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나는 “교회”라는 말을 듣고 당장 그분을 멈추게 하여 인사를 했다. 우선 “교회에 다니세요?” 하고 물으니, 이전에 교회에 다닌 적이 있다고 했다. 반갑기도해서 대화를 나누고 싶은 의향을 전달하면서 벤치에 앉아보라고 권했다.  

벤치에 앉아서 나는 그리스도의 복음에 대해 구주 예수님을 증거하기 시작했다. 이전에 교회를 다녔지만, 지금은 다니지 않고 있다고 하면서 비록 술에 취한 모습이었지만, 복음을 성의있게 듣는 것을 보고 내친김에 주님을 마음속에 영접하도록 인도했다. 그분은 마음 문을 열고서 예수님을 마음속에 영접하였으며, 우리는 함께 기도를 드렸다. 예수님이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 라고 물으니 자기 마음속에 계신다고 분명히 대답하는 것을 보고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이제는 주님의 자녀로 다시 새롭게 태어났으므로 대낮에 술을 마시지 말고, 담배도 가능하면 끊으라고 권면해주었다. 자신도 끊어야 함을 알고 있는데 그게 쉽지 않다고 했다. 중독 상태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하나님 앞에서 몸과 마음으로 거룩한 삶을 살도록 권면하고, 그날이 토요일이므로, 다음날 우리교회에 방문하라고 했다. 우리 교회가 매주일 Tolworth United Reformed Church 에서 교회 홀을 빌려서 오후에 예배를 드린다고 하고, 우리교회 이름은 “Jesus Power Church” 라고 알려주고, 우리교회에 출석하여 주 예수님의 능력으로 신앙생활을 새롭게 시작하라고 권면했다.

그랬더니, 그 분이 내일 여기까지 버스를 타고 올 차비가 없다고 했다. 왜 그러느냐고 재차 물었더니 자신이 homeless라서 돈이 없다고 했다. 나는 깜짝 놀라서, “아니, 이 나라가 당신 나라가 아닌가요?  외국인인 나도 거처가 있는데, British(영국국적)인 당신이 집이 없다면 그게 말이 되느냐?”고 물었더니, 지금까지 네 명의 남편이 있었는데, 모두 다 죽었다고 하면서 자신의 아픈 과거 때문에 마음의 상처가 너무 심하여 알코올중독과 니코틴 중독으로 정신적으로 피폐된 상태라는 말을 들으니 그분의 처지가 너무 안타까웠다.

그러면 지금 어디 사느냐고 물었더니 뉴몰든의 친구집에 임시로 거주한다고 했다. 측은한 마음을 느끼며, 뉴몰든 펍 주차장을 약속 장소로 정하여 내가 픽업을 나가기로 하고, 우리교회 예배가 오후 1시 반에 시작되므로 미팅 시간 약속을 “quarter past one” (1시 15분)으로 정하였다.  

대화를 더 나눈 후 그분이 떠날 때 나에게 한말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I may be one of the best people in your church.” 우리교회에서 가장 멋진 사람 중에 한 사람이 될지 모른다니…. 나는 즉시 “Amen”으로 화답을 하고 손을 흔들며 작별을 하였다. 그날 나는 집으로 오는 길에 너무 기쁘고 감사했다. 하나님께서 부족한 나를 불러서 이런 사람들을 살리게 하시려고 이곳 영국으로 부르신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한없이 감사하고 고마웠다.  

분명히 맞다, 나는 이런 분들 때문에 이곳 선교지인 영국에서 주의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부족하지만 내가 알코올 중독자, 니코틴 중독자 등 이런 불쌍한 사람들을 복음의 능력으로 정상인으로 살려내는 귀한 일을 한다는 것을 만약 이 나라 지도자들이 안다면, 나에게 상이라도 줘야 할 것이 아닌가 하는 주제넘는(?) 생각도 해보았다. 요즘은 비자 규정도 까다롭고 어려운데, 그분들이 우리 한인 선교사들의 사역을 제대로 살펴본다면 우리에게 큰 감사를 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다음날 주일 아침에 나는 예배준비를 하고 있는 동안 아내가 약속 장소로 나갔다. 한참 후 아내가 혼자 돌아왔다. 그 자매님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상당한 실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확실하게 약속까지 했는데 나타나지 않았다니… 그래도 예배는 드려야 하므로, 우리 교인들과 함께 정성껏 예배를 드리면서 그분을 위해 기도 드렸다.

다음날인 월요일 아침에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그 자매님에게서 전화가 온 것이다. 자신의 Top-up 폰에 돈을 빌려 충전하자마자 전화를 한 것이라고 했다. 주일에 만나기로 한 장소에 오지 못한 것은 자신의 기억이 정확하지 못해서라고 했다. “quarter past one” 이라고 했는데, 그게 “quarter to one” 인지 “quarter past one” 인지 (한 시 15분 전인지. 한 시 15분인지), 전날 술에 취해 있었기 때문에 정확한 기억이 나지 않았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상태라서 약속장소에 오지 못했다고 했다. 미안한 마음으로 양해를 구하면서 전화상으로 기도를 해 달라고 해서 기도를 해 주었고, 그 분도 이어서 기도를 했다. 다가오는 주일에는 꼭 예배에 참석할거라고 했으며, 같은 장소와 시각으로 약속을 다시 정하였다.

  그 다음날(화)에 축복 메시지를 보냈더니 그 자매님도 답신을 해 주었다. 이틀후 그 분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자신의 상태가 좀 나아져서, 잠도 잘 자게 되었고, 주일 날 예배와 기도 모임을 사모하고 있다고 했다. 거처하고 있는 친구 집 주소도 알려주었다. 다음 주일날 약속장소에 나갔더니 그 분이 먼저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함께 감사한 마음으로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그런데 예배 중 설교 시간에 내가 설교하고 있는 중인데, 그분이 계속 질문과 코멘트를 한 까닭에 예배가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다. 약간 불편한 마음도 있었지만, 다음에는 좀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 날 예배를 마치고 그분을 뉴몰든으로 픽업해주었다.

설교 중 끼어든 그분의 말에 귀가 거슬렸는지, 나중에 그 자매님은 알코올 중독자이고, heavy smoker이므로 교회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당분간 교회에 오지 못하게 해달라고 나에게 요청하는 교인도 있었다.  그런데 사실 교회는 남녀노소, 지위고하,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모두 나와야 하는 곳인 것이다. 병자도 와야 하고, 약자도 와야 하고, 가난한 사람도 와야 하고 모두 다 나와 하나님께서 값없이 주시는 영생수를 마셔야 하는 곳이 교회가 아닌가?

나는 그냥 기도하자고만 했다. 사실 기도 외에는 답이 없지 않는가?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계속 기도로 도와야 함을 느꼈다. 그 다음주에도 그 자매님은 사모하는 마음으로 예배에 참석하였다. 감사하게도 이번에는 말수가 상당히 적어졌다. 이번에는 메모지를 들고 와서 나의 설교의 요점을 메모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전에 교회를 다닌 기억 때문에 더욱 하나님을 찾을려는 심정을 읽을 수 있었다.

항상 내가 전화할 때는 기도부탁을 하고, 기도가 끝난 후에 자신도 기도하면서 신앙의 회복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먹는 것도 변변치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주중에 그 분을 우리 집으로 초청하여 식사도 함께 하였다. 한국음식도 좋아한다면서 함께 즐거운 시간도 가졌다.

이제는 그 자매님이 온전한 신앙인이 되도록 도울 일만 남았다. 빨리 정상적인 삶을 찾아서 직장도 구하고, 거처도 마련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다. 사실 중독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다. 중독된 상태는 사탄에게 철저히 사로잡힌 상태이므로 많은 기도와 함께 주님의 은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나님께서 부족한 나에게 선교 사명을 주시고, 선교지 영국으로 보내신 이유를 다시 한번 되새기면서, 나는 오늘도 그 분을 위해 기도드린다. 그분이 정말 자신이 한 말처럼 우리교회에서 가장 훌륭한 교인 중 하나가 되도록…..

할렐루야, 아멘.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이수길 (톨워스 예수능력교회 목사, South London Christian College신학대학 교수, PhD)
예배장소: 톨워스 URC 교회
교회주소: Corner of Elgar Avenue & Raeburn Avenue, Tolworth, KT5 9JR
예배시간: 매주일 1:30-3:00pm,
연락처: 0787 8894 960, ukmissionary@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