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칼국수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하는 길에 명동을 찾았다. 명동은 젊은 시절 우리 시대 연인들의 약속장소로 각광을 받던 추억의 장소 가운데 하나이다. 명동에 가면 지금도 여전한 명동 칼국수를 비롯하여,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할머니 낙지볶음과 명동 돈까스, 당시에는 흔치 않았던 월남 국수집 같은 그 때 즐겨 찾던 음식점들이 생각난다. 실제 비엔나에는 없다는 비엔나커피로 유명하던 이층의 그 커피숍도 생각난다. 비엔나커피란 따끈한 원두커피 위에 차가운 생크림이 얹혀 나오는 것인데 위로 달콤하면서 차가운 생크림과 아래로 쓰고 뜨거운 커피가 한 입에 흘러들도록 기울여 마시던 맛과 즐거움이 생각난다.
명동을 찾은 이유는 J 성도님이 명동에 매장을 여셨기 때문이다. 다른 약속이 취소되어 약속된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기에 여유롭게 명동을 둘러보았다. 한동안 중국 관광객이 많다는 소문을 들었었는데 요즘은 일본 관광객이 더 많은가 보다. 입구에 들어서자 유난히 일본말로 손님을 부르는 소리가 크게 귀에 들린다. 무대에서 공연할 때 쓰는 것 같은 마이크를 낀 채 거리에 서서 지나가는 손님들을 부르는 젊은 직원들의 호객소리가 명동 거리에 소음과 함께 엄청난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일본말과 중국말에 이어, 중간 중간 우리말로도 말하는 것 같은데 너무 빠를 뿐 아니라 잔뜩 멋을 부린 채 발음을 해서 한국말 부분도 잘 알아들을 수 없다. 하여튼 내 마음도 신이 나고 호기심이 발동하는 것을 보니 성공인 것 같다.
성도님 매장을 찾기 위해 걷기 시작했는데 나도 모르게 이리 저리 구경하는 걸음으로 바뀌었다. 어느덧 작은 골목을 돌고 돌아 명동 칼국수집 근처를 걷고 있는 내 발걸음을 발견한다. 오래 전 이름을 바꾸어서 이제는 명동 교자라고 쓰인 간판이 저만치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면서 보니, 점심을 먹기에 조금 이른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음식점 앞에 긴 줄이 늘어서 있다.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언뜻 보아도 10미터는 족히 넘어 보인다. 언뜻 보기에 외국인이 절반, 우리나라 사람이 절반인 것 같다. 명동 칼국수의 명성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대단하다.
명동 거리구경을 대강 마친 후, J 성도님 매장을 찾았다. 성도님의 안내를 받아 매장을 둘러보고 나서 사무 공간인 3층으로 올라갔는데 책상 위에 성경책이 펼쳐져 있다. 감동이다. 우리는 감사와 간구의 기도를 드리고 한참동안 즐거운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그 후 점심을 대접하시겠다는 성도님 부부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무얼 드시고 싶으세요? 나는 마음에 있는 음식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우리는 골목을 이리저리 돌아서 다시 그 칼국수 집을 찾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시간이 흘러 이미 오후 3시가 되었는데도 줄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아까 그대로이다. 나는 이미 추억의 칼국수에 마음을 빼앗긴 터라 크게 맘먹고 그 긴 줄 끝에 멈추어 섰다.
다행히 오래 지나지 않아서 줄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드디어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한 줄이 두 줄로 바뀌는 더욱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우리는 안내원의 지시를 따라 이층으로 향하는 줄에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좁은 계단 한편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줄 맞추어 서서 기다리는 곁을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이 어깨를 스치며 지나치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상황이다. 한동안 기다린 끝에 이층 입구 가까이 다가섰다. 이제는 홀 안이 훤히 드려다 보인다. 하지만 아직 우리 차례가 아니다. 두 사람을 찾는 소리에 우리보다 뒤에 서 있던 두 사람이 안내를 받아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다음주 계속)
행복한 교회 김 석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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