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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똑같이

현지와_아빠.JPG

 

똑같이

요즘 현지가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똑 같 이!!!

형제들과 공평하지 못한 것이 있어서
평등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 손을 보면서
똑같이 해 달라는 것입니다.

현지는 태어날 때부터
왼손 세 번째, 네 번째 손가락들이
구부러져 있습니다.

마디만 구부러져 있는 것이 아니라
힘도 잘 들어가지 않고,
섬세하게 무엇을 할 수 있도록
움직여 주지도 않습니다.

현지가 전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요즘은 볼 때마다 생각 나고,
신경이 쓰이나 봅니다.
그래서 요즘은 똑같이 해 달라고 말합니다.

아빠인 제가
마치 무엇이라도 다 해 줄 수 있다는
믿음으로 말입니다.
현지의 아빠에 대한 믿음은 각별합니다.
하지만 현지가 모르는 것이 있습니다.
아빠인 저도 알지 못하고, 못하는 것이
현지가 아는 것보다 많다는 것입니다.

요즘 저는 현지의 믿음에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
열심히 현지 손가락을 마사지 해주고 있습니다.
현지의 손가락이 똑같이 될 때를 기대하며,
그 때까지 열심히 할 것입니다.
현지에게는 많은 곳에 이상이 있었습니다.
발가락도, 입 천장도 그렇습니다.

그 중에 손가락을 먼저 발견하여
영국에 오자마자 병원에서 검사를 하였습니다.
X-ray 도 찍어보고 전문의와 상담도 하였습니다.
그때는 저희가 영어를 잘 못해서
제대로 저희의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반벙어리 였지만
그래도 현지 손가락을 바르게 해 주었으면 하였지요.

의사의 소견은 손가락을 자주 마사지해주고
펴주라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그렇게 해 주었지만
현지에게는 많은 아픔이 되어
결국 우리는 포기 하였습니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르고
이제 현지는 자신의 손가락을 알기 시작했습니다.
커간다는 증거이기에 기쁘기도 합니다.
두려운 마음도 많이 있습니다.
자신이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고 슬픔이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이제 다시 의사를 만나보려고 합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하게 알아서
치료를 부탁하려 합니다.

그 전에도 현지가 부탁하면
언제든지 마사지 해줄 것입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해줄 것입니다.
현지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고
손가락이 똑같이 펴질 때까지.

현지의 손은 예쁘고 통통합니다.
그렇지만 두 손가락이
손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을
어렵게 합니다.

가끔 후회도 합니다.
어릴 때 아프다고 해도
좀더 마시지를 해줄걸
나이가 들면서 굳어가면 더 힘들어지는데….

하지만 현지 손가락만
굳어있는 것이 아니더군요.
현지와는 달리
저도 어느덧
입술과 마음이 굳어지고
생각이 굳어져 갑니다.
하나님에 대한 사랑이 굳어져
어느덧 생동감이 없는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가면서
바로 펴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나 봅니다.

이제 용기를 가지고 폈으면 합니다.
더 굳어져서 완전히 못쓰게 되기 전에
아니, 펴느라 더 아픈 고통을 겪기 전에
바르게 펴서 하나님 보시기에 아름답고
바로 쓸 수 있도록 말입니다.

맨체스터 사랑의교회

설기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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