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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더불어 살아야 하는 우리 – 박심원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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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더불어 살아야 합니다. 나는 너를 위해 존재해야 하고, 너는 나를 위해 존재함으로 우리를 만드는 세상이 더불어 사는 세상입니다. 더불어 산다는 것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독만권 행만리" 라는 말이 있습니다. 만권의 책을 읽고, 만리를 여행한다면 신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말입니다. 책 읽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일주일에 한권씩 읽는다면 일 년에 52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십년을 읽으면 520권밖엔 읽을 수 없습니다. 그런 속도로 읽는다면 만권을 읽기 위해선 200년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됩니다. 상식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현실의 삶에서 직업을 가지고 살면서 책 한권 읽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어떠하든 만권의 책을 독파하여 신의 경지에 다다르는 행위보다 더 어려운 것은 현실의 삶에서 너와 내가 더불어 우리가 되는 일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이 있다면 우리라는 단어입니다. 언어의 특징은 상황의 압축되어 있습니다. 내가 경험한 상황을 나열하지 않을지라도 단어 몇 개로 그 상황을 전달 할 수 있는 구조가 언어가 갖는 매력입니다. 그래서 간단한 단어이지만 그 말을 들을 때 압축된 의미의 파일들이 풀어지는 것입니다. 우리라는 단순한 말 안에 세상의 모든 것이 압축되어 있습니다. 우리를 만들어 갈 수 없다면 그의 개인의 삶을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밑바닥의 삶이거나 이기주의적인 욕망에 허덕이는 삶일 것이라 단정 지어도 돌 맞지 않을 것입니다. 내가 살기 위해서 우리라는 공동체를 이용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를 이용하게 된다면 내가 존재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내가 살기 위해선 나를 위해 땀 흘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라는 울타리를 세우는 일에 몸을 던져야 합니다.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 한 개인의 삶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혼탁해져 있습니다. 매년 연말이 되면 그 해의 상황을 고사성어로 압축하여 교수신문에서 발표합니다. 세간의 이목은 연말에 발표되는 4글자의 사자성어 입니다. 젊은이들은 올해의 연예대상이 누가될까 초 관심사겠지만 뜻을 가지고 세상을 품고 사는 사람들의 관심사는 올해를 정리하는 단어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됩니다. 전국 교수 협의회에서 한해를 아우를 수 있는 고사성어 후보를 신청 받게 됩니다. 후보로 선정된 말 중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한 말이 한해를 압축할 수 있는 사자성어가 되는 것입니다. 많은 고사성어 중에서 제비 뽑듯 하나를 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이 가진 의미와 현실의 상황을 대변할 수 있는 설득력이 있어야 만이 올해의 고사성어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2012년 한해를 설명하는 고사 성어는  "거세개탁"(擧世皆濁) 입니다. 이는 온 세상이 탁하다는 의미입니다. 이 단어가 선택된 이유는 현실 정부에 대한 백성들의 불신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공공성 붕괴, 사회 부패와 부조리, 윤리와 도덕의 붕괴로 편법과 탈법이 범람하기에 세상이 탁하다는 것입니다. 거대한 물줄기는 흐르지만 탁한 물이어서 백성들은 그 물을 마실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 그룹인 교수님들이 바라본 세상이기 때문에 제한성이 분명 있을 것이지만 결코 틀리지 않는 상황을 정확한 설명한 것입니다.

문제는 그 해법을 제시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어디선가 화살이 날라 왔습니다. 사람들은 그 화살로 인하여 고통을 당하고 죽어갑니다. 정부는 전문가들을 동원하여서 화살의 출처를 밝히려 합니다. 어디에서 그 화살이 날라 왔는지? 화살의 재질은 어떤 것인지 분석에 분석을 거듭하는 동안 더 많은 백성들은 고통의 늪에서 헤어 나올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화살이 날라 다니는 한 세상은 거세개탁의 혼탁함에서 벗어 날 수 없게 됩니다. 그 해결법은 오히려 단순함에 있습니다. 나와 너를 해체시켜서 우리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세상은 혼탁합니다. 그래서 이 집단은 저 집단을 향해 돌을 던지고, 저 집단은 그 돌에 받아서 더 큰 돌을 준비하여 다른 집단을 향해 던지게 됩니다. 내가 살기 위해서 너를 끌어내려야 하는 세상입니다.

세상이 혼탁한 원인을 정부의 잘못이다. 종교의 잘못이다, 경제인들의 잘못이라며 세상이 혼탁하다는 말을 내 놓음으로 모든 백성들로 하여금 혼탁함의 늪을 시인하도록 만듭니다. 거세개탁의 혼탁함을 해결할 맑은 물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정치인도 해결할 수 없으며, 경제인도 해결할 수 없으며, 지식인도 해결 할 수 없으며, 심지어는 종교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해결방법이 있다면 단 한 가지 단순함입니다. 나를 희생시켜 너를 세워주는 것, 그래서 우리라는 크고 작은 울타리 안에서 더불어 사는 세상의 일원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되는 일, 그것은 세상의 혼탁함을 막을 수 있는 단순한 진리요 지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