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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군종사병이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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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종사병이 되기까지..
대학 3학년을 마치고 군입대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나는 하나님께 군문제로 매달리기 시작했다.  당시 네비게이토 선교회에서 캠퍼스의 복음화를 위해 열심히 훈련받던 시절이라, 말씀에 의지하여 약속의 말씀을 붙잡고 아침마다 기도하며 훈련받고 있던 가운데 입대를 앞둔 나에게는 군문제가 집중적인 기도제목이었다. 믿음의 공동체 생활을 하며 함께 기거하던 형제들이 새벽 6시에 모두 기상하여 문창대를 지나 학교캠퍼스 뒷산으로 올라가서 적절한 곳에 각자의 터를 잡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였다. 무엇보다도 먼저 나는 하나님께 군생활의 어려움을 아뢰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1학년이 되기 한 해 전에 시골에서 뛰어 놀던 중 나는 다리를 다쳤었다.  통통부은 곳에 덧이 나기 시작했고, 고름이 계속 나오면서 치료가 되지 않았고, 급기야  무릎관절과 허벅지 관절로 전이되더니  왼쪽다리가 완전히 만신창이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아직도 그 흔적이 뚜렷이 남아있지만, 수술을 7번이나 하면서 내가 겪은 고통은 참으로 심하였다, 그 당시는 의술이 별로 발달하지 못한 시절이라, 내가 살던 남해의 한 섬에서 삼천포까지 작은 통통선을  타고 병원까지 가서 수술을 받았는데, 그 당시 의사는 마취도 하지 않고 수술하였기 때문에 그때의 고통이 엄청나서 어린나이에 참으로 견디기가 어려웠음을 기억한다.

하여간 우여곡절끝에 주님의 은혜로 겨우 아물어서 지금도 약간의 후유증이 남아있지만, 이런 상태로 군대 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하나님께 기도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하나님, 저의 다리가 정상이 아닙니다. 이런 상태로 어떻게 군대 생활합니까?” 온전치 못한 몸 상태로 입대하는 것이 걱정이 되어 두려워하면서 기도하던 중, 하나님께서 이렇게 두려워하는 기도를 기뻐하지 않으시는 것을 깨닫고, 그 후에는 적극적인 기도로 바꾸기 시작했다.

  "하나님,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주님을 의지하면서 군생활을 성실히 하겠습니다. 그런데 군대생활 기간 동안 허송세월하지 않게 하시고, 가능하면 군종사병의 직책을 저에게 주시면 제가 열심히 충성하면서 보람차게 군생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님, 군종사병이 되게 도와 주십시요"하고 기도제목을 바꾸어 기도하기 시작했다. 기도를 시작한지 40일이 지나서 드디어 군 입대일이 다가왔다. 40일 동안 정말 열심히 기도했다. 장래에 대한 두려움도 있지만, 어쨋든 하나님의 보호하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므로 생사화복의 주관자이신 하나님께 기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때 의지하고 주장했던 약속의 말씀이 욥기 23;10 “나의 가는 길을 오직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정금같이 나오리라.” 이었다.

대한민국 육군 3사단, 소위 백골부대,  신병교육대에 배치되어 6주간의 신병훈련을 마치고 자대에 배치된후 3대대 본부로 배속을 받았다. 자대에  배속받자마자 대대 병기관이 나의 전공이 영어인줄 알고, 병기계원으로 근무하도록 하였다.  그 분에 의하면 각종 수류탄과 탄약은 모두 영어로 되어있으므로 영어전공자가 맡아야한다고 나를 적극적으로 추천하였기 때문에  나는 결국 병기계원이 되었으며,  그 분은 한 달동안 열심히 부대  탄약고와 지하 탄약창이 있는 먼 곳까지 동행하면서 시찰과 교육을 통해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군종사병이 되게 해달라는 나의 기도제목을 잊지 않으셨다. 내가 배치된 그 대대의 군종사병이 제대할 때가 되었으며, 이미 후임 군종사병이 사실상 정해져 있었다. 나는 그냥 교회에 다니면서 신앙 생활을 할 뿐 군종사병이 될 수가 없는 상항이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후임 군종사병으로 예정된 병사가 이미 대대 군종사병으로 예정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병사가 후임자리에서 탈락하게 되었다. 제대할려는 선임 군종사병은 난감하였다. 이 일을 어찌할까? 제대가 한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런일이 생겨서 대대의 신앙 전력화에 차질을 빚게 되었을까? 그 분은 여러가지로 기도하면서 고민하던 중, 그 후임 자리가 결국에는 부족한 나에게로 온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직속 상관인 병기관이 나의 군종사병 임명을 절대로 반길리가 없었다. 그분이 나에게 그 때까지 쏟은 노력을 생각하면 어떻게 그냥 보낼수 있을 것인가? 병기관은  나의 새로운 보직 임명에 결사적으로 반대했으며, 급기야는 대대장과 언쟁을 하기까지에 이르렀다. 군대가 아무리 계급사회라고는 하지만, 노란 색깔의 준위가 중령 계급인 대대장에게 그래도 굽히지 않았던 것은 군대 짭밥 때문이라고 말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한 대대의 수장인  대대장의 압력을 누가 거역할 수 있을까?  더 이상한것은 우리 사단 불교 책임자였던 우리 부대 대대장이 어떻게 그렇게 나를 적극적으로 후원했는지도 쉽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자대에 배치된지 한 달밖에 안된 이등병이 한 대대의 신앙을 책임질 대대 군종사병의 직책을 감당하게 된것은 대한민국 육군 역사에도 드문 일일 것이다. 게다가 신학생이 아닌  일반대학 출신이 한 부대의 신앙을 책임질 대대 군종사병이 되었으니, 기도에 신실하게 응답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외에 무엇으로 이것을 설명할수 있을까?  우리 삶의 놀라운 일들은 우리가 기도할 때 발생하는 것이지 않은가?  이처럼 작정하고  부르짖던 나의 기도를 잊지않고 기억하신 하나님, 나의 군생활을 연단과 은혜로 함께하신 놀라우신 하나님께 무한한 영광과 감사를 드린다. 할렐루야.
이수길 (톨워스 예수능력교회 목사, South London Christian College신학대학 교수, Ph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