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정체성과 그 사명
미래 학자인 앨빈 토플러는 “변화라는 것은 미래가 우리 생활에 침투하는 과정이다”라고 했다. 지금은 그 변화의 흐름과 침투가 어느 시대보다 거세게 진행되고 있다. 소수민족의 대표가 새로운 런던시장으로 선출 되었으며, 많은 무슬림 난민들이 독일을 비롯해 유럽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고, 지난 10년간 영국 내 한인사회도 많은 변화가 초래되고 있다. 특히 재영한인교회들의 상황은 더욱 그러하다. 최윤식 박사가 쓴 2020/2040 한국교회 미래지도에 보면, 한국교회 잔치는 이미 끝났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성장이 잠시 주춤한 것이 아니라 이미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아무리 전도를 하고 열심을 내도 좀처럼 예전 같은 부흥이 일어나지 않고 완만한 성장이나 현상유지만 가능하다.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과 그 세상 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기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언젠가는 성장을 멈춘다. 이것은 세상의 이치이자 진리요 이것을 아는 것이 겸손이요 지혜다. ‘우리 교회의 성장은 절대로 멈추지 않을 것이다’라고 믿는 것은 나는 절대로 늙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 교회의 성장은 언젠가는 멈출 것이고, 성장하고 있는 교회도 언젠가는 그 성장이 멈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최윤식 박사는 두 가지 방법을 알려준다. 하나는 성장의 한계에 도달한 것을 겸손하게 인정하고 성숙기와 쇠퇴기에 걸 맞는 목회를 하는 것과, 또 다른 하나는 성장의 한계선을 뛰어넘는 ‘재창조(갱신)적 목회’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만약에 갱신을 선택한다면 “뼈를 깎는 교회 갱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여야 하는가?
교회는 세상 속에 존재한다. 주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당신의 교회를 이 세상에 세우셨기 때문이다. 이 땅에 오셔서 죄인 된 우리들을 부르시고, 그리고 이 세상에 교회를 세우시고 그들을 세상에 두셨다. 그리고 이렇게 기도하셨다. “내가 비옵는 것은 그들을 세상에서 데려가시기를 위함이 아니요. My prayer is not that you take them out of the world.”(요 17:15). 주님의 기도는 교회를 ‘세상 밖으로(out of the world)’ 데려가 달라고 아버지께 기도하신 것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신다. 다만 주님은 당신의 교회(Community)를 악에서 지켜주시기를 구하실 뿐, 교회를 비록 악한 세상일지라도 그 세상 한 가운데 두시려는 강한 의도와 목적을 가지심을 읽는다.
주님께서 당신의 교회를 세상 가운데 존재하게 하심에는 주님의 목적이 있다. 우리 교회 공동체는 주님의 강력한 의지 가운데 목적을 가지고 세워진 목적 공동체이다. 그러므로 주님의 교회를 우리가 사는 세상의 중심에 두셨다는 말에서 우리는 교회가 가진 정체성과 그 성격과 사명을 규정하게 된다. 주님의 교회를 두시고 보내신 세상 속에 존재하는 오늘 한인교회의 모습 속에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은 많이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와 이민교회 그리고 선교에 있어 왜곡된 부분도 상당히 있는 것은 사실이다.
Self Centered Church
한국교회는 세계 교회가 주목하는 교회성장 신화를 가진 교회다. 새롭게 시작되는 모든 교회들은 이런 초고속, 초대형, 교회성장 신화에 취하여 많은 교회들이 대형교회(Mega Church)이상을 꿈꾸고 있다. 교회의 크기와 숫자에 마음을 빼앗기고 힘의 논리에 사로잡혀 있다. 그런 자기중심주의에 빠진 교회의 선교는 당연히 자신이 속한 교호의 힘과 영향력을 과시하고, 자기 업적 쌓기에 여념이 없는 교회가 되고 만다.
교회가 정확한 ‘자기이해’가 따르지 않을 때, ‘자기오해’에 빠진다. 결국 교회는 이기적 ‘자기사랑’, 나르시시즘(Narcissism)에 빠진다. 자기 환상에 취하여 정직한 자기 존재와 의무와 책임과 소명을 망각하게 된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교회성장론의 함정에 빠졌다. 지역교회들은 객회주의를 강조하고, 교회 성장 중심으로 강화된 자기 사랑은 한국교회가 빠진 ‘함정’이었다. 교회가 자기이해, 즉 바른 자기 존재이해가 수반되지 않을 때에 교회성장과, 그에 따른 모든 열심과 헌신이 결국 자기 사랑에 그치게 된다. 열방에 대한 책임을 잊게 되고, 하나님의 사랑을 자기중심적으로 취하는 종교적 나르시시즘의 함정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교회가 자신의 존재에 대한 바른 이해가 수반되지 않으면, 두렵건데 교회는 ‘자신을 섬기는 공동체’ 즉, 자기 환상에 빠진 ‘자신’이라는 ‘우상을 섬기는 공동체’가 되고 만다.
Business and the Church
교회가 자기 존재를 망각할 때에 세상과 동화하고 만다. 변화되는 세상 속에 존재하는 교회는 주님께서 세상에 교회를 두시고 보내신 목적을 따라 세상을 새롭게 하는 변혁적 교회가 되기보다. 도리어 세상에 물들었다. 오늘날 세상의 교회를 향한 지적이 매섭다. 교회의 자정적 비판만이 아니라 세상이 교회를 향하여 ‘종교가 자본주의에 물들었다’고 지적하는 일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들 이다. 신광은은 그의 책 ‘매가처치 논박’을 통해서 한국교회는 대형교회만 아니라 작은 개척교회도 모두 메가 처치 DNA를 가지고 있다면서, 사실 ‘그렇게 되지 못해 못한 것이지 모두 그렇게 되고 싶어 한다’고 꼬집었다. 교회의 규모와 교회의 본질은 깊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교회가 모두 메가 처치를 추구하면서 신학과 본질의 변질을 가져왔다고 지적하였다. 이런 현실적인 한국교회 이민교회의 슬픈 자화상에 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교회의 영광스러운 모습의 회복이 더욱 가절하기에, 새로운 공동체의 회복된 모습을 기대하며, 제언을 하려고 한다.
Recovering Church Self-Identity
교회는 하나님의 목적을 위한 공동체이다. 교회는 자기 존재가 자신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속한 것이며, 하나님의 목적에 속한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므로 교회가 선교를 소유한 것이 아니라, 도리어 하나님께서 교회를 소유한 것이며, 또한 하나님의 선교의 열매로 교회가 세워진 것이다. 하나님과 하나님의 선교가 교회를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교는 결코 교회의 선택적 사역중의 하나가 될 수 없으며, 교회의 존재론적 소명이어야 한다. 내 개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 교회에 국한 되어있는 자기애 중심의 존재에서 벗어나야한다. 교회가 바른 고백 위에 세워져야 한다. 바른 교회론이 가르쳐지고, 회복되어야 한다. 교회와 성도들은 모이는 교회의 모습으로든지, 흩어져 존재하는 모습으로든지 날마다 자신의 존재적 소명을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정직하고 온전히 그 소명을 수행하는 하나님의 교회가 되어야한다.
Incarnational Living in the World
교회는 분리와 구별로서의 ‘거룩’만으로 더 이상 이 세상의 복음이 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이제 교회가 가져야 하는 거룩은 성육신적 삶으로 이 세상의 그리스도의 메시지가 되어야 한다. 교화가 교회되기 위하여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심처럼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하신 그리스도의 말씀을 기억해야 한다. 교회는 세상 속에 존재하는 그리스도의 몸이며, 그리고 세상에 보내신 그리스도께서 보내신 메신저다. 교회의 선교는 다만 세상을 향해 ‘복음선포’(Proclaimation), 즉 ‘전하는’(Speak Out)만 아니라 세상 속에서 ‘복음실현’ (Demonstation), 즉 ‘사는 것’(Living out)이어야 한다. 복음은 구체적인 삶의 영역에서 진실로 이웃과 민족과 열방의 복이 되도록 살아내는 것이다. 복음의 절대성을 부정하고, 반기독교적인 정서가 팽배한 이 시대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으로 사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경제와 시장경제 논리 안에서 정당화된 그 돈의 힘에 굴복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사는 것이다.
Business As Mission
비즈니스 세상 속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고백과 삶이 통합된 복음은 하나님의 굵직한 메시지가 되어 세상의 울림이 될 것이다. 복음 가시성을 요구하는 시대를 향한 성도들의 대응은 다름 아닌 오늘날 비즈니스 세상 속으로 들어간 공동체들이 그들 속에서 함께하는 그 일과 과정을 통해 드러내는 삶이다. 아직도 복음이 필요한 일터와 영역과 지역과 민족과 열방 가운데, 적극적인 다양성의 삶을 추구하며 기꺼이 들어가서 그들과 함께 살며, 그들에게 복이 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선교는 단순 복음 선포 뿐 아니라, 비즈니스 세계 속 에서 하나님의 나라의 비전과 가치와 원리를 따라 우리의 일상의 일과 삶과 직업과 비즈니스의 그 과정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가는 총체적 복음의 실현이다. 교회는 이 땅에서 영원히 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교회는 이 땅에서 그리스도처럼 죽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리스도가 죽어 모든 인류에게 유익이 되었던 것처럼, 교회도 많은 사람의 유익을 위하여 살며 또한 죽어야 한다. 교회 공동체는 세상의 진정한 복이 되라고 보내심을 입은 것이다. 그리스도의 성육신적 삶, 즉 그리스도께서 목숨 바쳐 사랑하신 세상을 위하여, 교회가 목숨 바쳐 그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그 사랑을 실천하라고 보내심을 받은 대로 사는 것이다.
김일신 [런던드림교회 담임/KMC 총무/유럽크리스천신문 영국지부장]